2013. 3. 16. 22:49

[Tv] 종편 출범 15개월..

2009년 여름, 국회에서 그 난리를 치고서 통과된 미디어법 개정안에 따라... 조선 중앙 동아 매경 4개 신문사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새로운 방송국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2011년 12월 4개의 채널이 개국했습니다.


그들의 야심은 컸으나, 내용은 참혹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MBN의 개국 시트콤 '갈수록 기세등등'의 그 허름한 세트장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였으니까요...(그래도 그걸 봤다는게 신기하네요ㅋㅋ)


그렇게 시작했던 종편4개채널.. 15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 시청률


조선일보를 보시면, 아니 종편을 가지고있는 신문사들의 신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기네 종합뉴스가 시청률 2%를 넘었다느니, 몇주연속 1등이라느니 하는 기사들이 거의 매일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청률을 표기할때 꼭 소수점 넷째자리까지 표시를 하던데요, 소수점 넷째자리가 과연 유의미한 수치인지..도 의문이 들지만, 이렇게라도 파고들어서 1등을 만들고 싶어하는 그들의 노력에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일부 눈에 띄는 수치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동시간대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을 추월하기도 하고(jtbc 무자식 상팔자)


심지어 11시대 예능도 추월한다네요(MBN 황금알, 엄지의 제왕)


‘지상파 추월’ 종편 시청률 안정세 접어드나(기자협회보, 2013년 3월 6일)

http://media.daum.net/society/media/newsview?newsid=20130306155412913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십년간 기반을 다져온 지상파 시청률을 1년여만에 추월하기도 한다는 점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킬러콘텐츠


70대인 아버지와 60대인 어머니는 요즘 종편채널을 주로 보십니다. 낮시간은 거의 종편의 시사프로그램이고, 11시 넘어서도 종편을 많이 보시더라구요.


확실히 지금 '뜨는' 종편프로그램은 중장년층 대상의 프로그램인데요. 생각해보면 중장년층이 지상파에서 계속 소외당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MBN의 '황금알'이라는 프로그램이죠. 손범수가 MC를 맡고, 조형기, 안선영, 지상렬 등의 연예인게스트와 요리연구가 이혜정, 정신과 전문의 양재진, 변호사 이인철 등 각 분야의 '고수'들이 그들의 비법을 공개한다는 포맷인데, '세바퀴'의 전문가 버전이라고 보시면 좋을듯합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볼만합니다. 연예인들 잡담만 늘어놓던 토크쇼에서 어느정도 가치있는 정보들을 재밌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니까요. 시청률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구요.


이 프로그램의 성공 이후 종편들은 이와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쏟아놓게 됩니다. 부부젤라, 대찬인생, 동치미, 웰컴투시월드, 여보세요 등등등. 나오는 사람들도 거의 비슷하고, 쏟아내는 말들도 새로울것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중장년층을 끌어들이는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전부입니다. 젊은층은 영영 놓치게 되는걸까요?        

당장은 시청률이 잘나오고 있지만, '종편=늙은채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선택입니다.




- 돋보이는 jtbc


하지만 그 와중에 jtbc는 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대선기간중에 다른 종편들이 미친듯이 대선소식만 내보낼때, 그래도 jtbc는 그나마 제일 정상적인 방송을 했고, WBC 단독중계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데 가장 노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WBC 1라운드 탈락을 누가 예상했겠습니까만은...)


종편이 가장 취약한 분야가 '드라마'인데, jtbc는 드라마에 꾸준한 투자를 하고있죠. 개국작인 노희경 작가의 '빠담빠담'을 시작으로, 호평을 받았던 '아내의 자격'과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종편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중인 '무자식 상팔자'까지.. 최근 시작한 일일드라마 '가시꽃'도 막장이긴 하지만 조금씩 탄력을 받는 모습이구요.


예능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국작인 '상류사회'와 '신화방송'을 꾸준히 만들고 있고, '남자의 그 물건'과 '썰전'등도 나름 볼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대선기간중에 주목받았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함께 '시사돌직구'라는 프로그램도 만드는 영민함도 보여줍니다.


하지만 평균시청률은 3등입니다.(MBN-채널A-jtbc-TV조선 순). 종편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을 고려하지 않은 편성이라 그렇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종편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jtbc를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앞으로는?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거의 자리를 잡은 모습이지만, 이게 다는 아니죠. 광고주들도 구매력이 더 높은 젊은층을 선호할테니까요.


종편과 케이블채널이 다른 점은, 종편은 말 그대로 '종합편성'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YTN은 보도만, tvN은 오락만,    투니버스는 만화만 일정비율 이상 편성해야 하지만, 종편은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는 점이죠.


하지만 지금의 종편은 그냥 '노인 대상 케이블'채널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지금 당장은 잘나오겠지만, 성장이 있을까요?


종편들이 예능과 드라마에서 더 많은 시도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들도 종편이라고 무조건 덮어놓고 비판하지만 말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찾아보고, 못하는 점이 있으면 비판도 햇으면 합니다. 원치 않게 생겼다 하더라도, 그것이 잘 자랄수 있게 지켜봐 주는것은 어쩔수없이 우리의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