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6. 22:43

[Movie] 회오리바람(2010)


회오리 바람
감독 장건재 (2009 / 한국)
출연 서준영, 이민지, 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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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는건, 이제 해볼만큼 해봐서 아주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오늘같이 주말 오후에, 연인들로 가득찬 극장에서 혼자 본다는건 아직 조금의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ㅠㅠ

우연히 알게 된 영화인데, 자꾸 뒤로 미루면 극장에서 못 볼것 같아서,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강변CGV에 가서 당당히 보고왔습니다ㅋㅋ

(극장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은 적더군요... 저 포함해서 한 다섯명정도? 오붓하게 영화를 봤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좀 지루한감도 없진 않았는데,

보고 난 뒤로 계속 생각이 나는군요.....



사실, 영화 속 태훈(서준영)과 현실의 저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태훈이에 비하면 저는 완전 모범생이죠
ㅋㅋㅋㅋㅋㅋㅋ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재미없게 살았다는 뜻이 되어버립니다.

10대들을 그린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는 왜 그 흔한 '열정'하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치도록 누군갈 좋아해본적도 없고, 뭔가에 완전 빠져서 지내본적도 없고, 그렇다고 코피터지도록 공부했던것도 아니고 말이죠. 늘 모든것들에 적당히 거리를 둔 채로 시간만 흘려보냈던것같습니다.

(더 슬픈건, 아직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그래서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런 앞뒤 안가리는 그 시절의 사랑이야기를 보면, 제 마음이 더욱 아릿해지는게, 오히려 더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이런 시기를 다 겪어본 사람들이 느끼는 공감과는 또 다른 의미의 공감이겠지요.



이 영화를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건, 바로 마지막 장면 때문입니다. 둘이 떠났던 여행을 회상하는 장면인데, 그 전에 나오는 회상들이 모두 남자의 기억이었다면, 마지막 회상장면은 여자의 기억으로 그려집니다. 그것도 남자가 준 마지막 선물인 목걸이도 걸고 있는 채로 말이죠. 영화는 초중반에 여자가 떠나간 뒤 남자의 모습만을 보여줘서, '아 여자는 이제 남자를 완전히 잊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다가, 마지막 장면에서야 이러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둘을 두고두고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처음에 나오는 '여자친구 부모님' 장면이죠. 너무 극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내가 저 아빠라면?'이라고 물어본다면, 글쎄요.


영화는 '10대의 사랑도 20대, 30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절대 동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좀 다른 이야기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준혁의 사랑은, 왠지모르게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10대의 사랑이, 과연 그렇게 풋풋하고 수줍기만 할까요?)


그리고 또 하나, 주연을 맡은 태훈역의 서준영은, 감독이 '배우같지 않게 생겨서'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다.(응?ㅋ) 그렇게 눈에 띄게 잘생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몸이 막 좋은것도 아니고, 연기를 정말 잘하는것도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객에게 '태훈'을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네요. 앞으로 눈여겨 봐야할 배우중에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