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1. 23:00

[Movie] 이끼(2010)


이끼
감독 강우석 (2010 / 한국)
출연 정재영,박해일,유준상,유선,허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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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기대를 좀 했었던 영화인데요,

뭐 일단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영화보다가 잘 조는 편이라서;; 세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잘 견뎌낼수 있을지 좀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완전 몰입해서 봤습니다ㅋㅋ

우선 들었던 생각은 '이게 정말 강우석 영화 맞아?'였습니다.

사실 그동안 강우석 감독의 영화들- 실미도, '공공의 적'시리즈, 한반도, 투캅스-등의 '특징'을 꼽자면, 재밌고 단순하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뚜렷한 선악구조, 심각한 상황에도 터지는 웃음코드, 깔끔한 결말 등등 말이죠.

뭐 하지만 유독 '검사'가 멋있게 나오는 장면들을 보니 강우석 영화가 맞긴 맞구나.. 했다는ㅋㅋㅋ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캐릭터는, 현실엔 절대 있을것 같지 않은 슈퍼 히어로 캐릭터죠ㅋㅋ 무한한 경찰/검찰 찬양ㅋㅋ 사실 그게 검찰과 경찰의 본래의 모습이 되어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모습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군요...)



저는 일부러 원작 만화를 보지 않고 영화를 봤습니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 아니었나.. 합니다. 만화를 먼저 봤다면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원작과의 비교를 했을테니까요. '이끼'라는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보기엔 아무래도 영화를 먼저 보는게 좋을듯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왜 '정재영'이 계속 눈에 거슬렸을까요? 저 개인적인 편견일 가능성이 큽니다만, 제가 보기에 정재영은 어딜 갖다놔도 '존재감'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뭐 연기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부족한 점을 집어내라면 그러지 못할 것 같지만, 보는 내내 정재영에게 왠지모를 아쉬움을 느꼈습니다.('편견'의 무서움!, 그리고 또 하나, 제가 대구 출신의 '사투리 원어민'으로써, 배우들이 사투리 쓰는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이번 영화에서의 정재영의 사투리는... 음.. 뭔가 1.2%정도 부족한느낌?ㅋㅋ)


반면, 박해일은 정말 어딜 갖다놔도 자기 몫은 충실히 해내는 배우같습니다. 박해일이 입을 앙다물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고집스런', '반항적인', 그리고 약간의 '똘기'까지 느껴집니다.(이 반듯한 배우의 얼굴에서!)

김상호와 유해진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유준상도 좋더군요.(사실 '하하하'란 영화에서 유준상에게 왠지 모를 매력을 느꼈었는데, 이번영화에서도 맡은 캐릭터도 그렇고 참 멋있더군요ㅋㅋ 여담입니다만 '이끼' 출연진 중 '하성규'역의 김준배와 유준상이 다른 배우들- 정재영, 유해진, 김상호, 박해일-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는군요... 이분도 좀 동안인듯ㅋㅋ)

강우석 영화에서 참 드문 '캐릭터'가 '여성'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유선이 홍일점으로 나오더군요.(근데 그러고 보니 이번영화도 참 여자가 안나오네요. 그 흔한 '엄마'한명 안나오는걸 보니..ㅋㅋ) 유선이란 배우를 처음 본게 2003년도 '4인용 식탁'이라는 영화에서 였는데, 그 당시 저에게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관심있게 지켜본 배우 중 한명인데, 드라마에 많이 출연하고 영화도 간간히 출연 했는데, 사실 그동안 큰 주목은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로 다시 '재발견'되고, 또 더 좋은 영화로 '재평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이번 영화에서도 좋았어요~)


원작이 워낙 좋다는 말을 많이 하던데요, 그것이 이 영화의 빛이자 그림자가 되고 있네요. 끊임없이 비교되고 비판받을테니까요. 하지만 영화 자체를 놓고 본다면 '이끼'라는 영화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쉽지 않은 캐릭터들과 설정들을 두시간 사십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심지어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전우치'와 '의형제' 이후 한국영화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끼가 힘을 내서 박스오피스 주도권을 한국영화가 가져왔으면 좋겠네요. 곧 개봉할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도 미리미리 기대하구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