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써니(2011)
2011년에 개봉한 '써니'라는 영화를 보고 2011년 1학기에 쓴 글입니다.. 아마 과제였겠죠?ㅎㅎ
근래 개봉한 영화중에서 여배우들이 이렇게 많이 나온 영화가 있었을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가 있었지만 개봉한지가 벌써 3년이 지났고, '여성'보다는 '스포츠'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였다. 이렇게 여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가 드문 상황에서 '써니'는 '여배우들의 동반출연'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그럼 감독은 이러한 캐스팅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시한부 선고를 받은 고등학교 동창을 병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 친구는 죽기 전에 고등학교 때 '7공주'처럼 가깝게 지냈던 '써니'라는 클럽의 멤버들을 찾는 것이 소원이다. 친구들을 찾는 과정에서 찬란했던 과거의 기억들과 달라져 있는 지금의 삶들이 교차되어 나타난다. 결국 친구는 죽게 되지만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은 또 하나의 선물을 받게 된다.
특별히 새롭다거나 신선한 내용은 아니다. 이미 학창시절, 그리고 80년대의 추억들은 영화 '친구'나 '품행제로', '말죽거리 잔혹사' 등의 영화에서 많이 다루어지던 소재이다. 하지만 감독은 데뷔작 '과속스캔들'에서도 그러했듯이, 뻔한 이야기를 뻔뻔할 정도로 정면돌파 한다. 그것이 의외로 웃기다. 예를 들어, 영화 속 '막장 드라마' 장면이나 '욕 배틀' 장면 등은 드라마와 시트콤, 예능, 영화에서 많이 다루어 졌지만, 감독의 뻔하지만 영리한 연출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머리 쓰지 않고 의심하지 않은 채, 예측 가능한 웃음들을 주지만 그 웃음에 힘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좋다. 특히 '어린 나미' 역할을 맡은 '심은경'이란 배우의 연기가 발군이다.시골에서 갓 상경한 어린 나미가 서울 생활, 그리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 언젠가 느껴 보았던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낯설음과 두려움, 그리고 설렘을 기억해 낸다.배우가 훌륭했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 이입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올해 열여덟인 이 배우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왠지 모를 아쉬움은 무엇일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춘화'는 친구들에게 엄청난 유산을 물려주고 죽게 되는데, 과연 춘화가 가난했다면 영화가 지금처럼 해피엔딩일 수 있었을까? '써니'의 멤버들은 25년 만에 만난 것도 행복했겠지만, 그들의 행복은 춘화가 남긴 유산으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었다. 결국 '우정도 돈인가'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