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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정인'이란 작가를, 아예 몰랐다.
이 소설집의 표제이기도 한 '강'이란 단편소설도, 작가의 대표 작품으로 꽤나 유명하다는데, 나는 한번도 듣어보지도 못했던.....
근데 어떻게 알았냐고? 그냥ㅋㅋ
언젠가 공지영인가 은희경인가의 인터뷰에서 '인상깊었던 소설'로 꼽혔길래....
이제서야...
우선, 서정인역시 전남 순천 출신이라고 한다...
'무진기행'의 김승옥 역시 순천 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두 사람의 스타일이 약간 비슷한 구석이 있는것같기도 하다.
소설집을 펴보면 젤 첨에 '후송'이라는 소설이 나오는데
이건 고등학교때 '18종 문학 자습서'같은데서 본 기억이 있는것같다...ㅋㅋ
근데 어렵다... 군인 장교 한명이 귀에 소리가 나는걸로 후송을 하는 과정...
자신은 귀에서 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고....
암튼 좀 어려웠다-_-
'강'은, 읽어보면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이 연상되기도 하고
[세사람이 나오고, 겨울이고, 하루동안 일어난일]
황석영의 '삼포가는길'도 약간 스친다.
[고향.. 은 아니지만 기차인가 버스인가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설정]
사실 제목은 '강'이지만 소설속에는 강은 나오지도 않는데
하지만 뭔가 흐른다는 느낌... 그리고 눈이 오는데서 부터 시작한 소설은 돌고돌아 다시 눈이 내리며 끝나버리는....
나는 작가의 소설중에서, 시작부분이 아주 인상깊은 소설이 몇개 있었는데
소설집 중 '미로'의 시작부분은
어느 날 나는 정거장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기차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딴사람들도 있고 해서 그냥 그대로 있었다.
이렇게 시작하는데, 뭔가 내 마음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듯한...
[한번씩 저런느낌... 뭔가 안될것 같은데 딴사람들도 있고 해서 그냥 있는거...]
그리고 '밤과 낮'의 시작부분은
첫번째 도둑을 맞았을 때 김도찬은 파출소로 갔다. 두번째 맞았을 때 그는 시장에 가서 삼천 원을 주고 재래종 강아지 한 마리를 사왔다. 세번째 맞았을 때 그는 철물점에 가서 멍키 스패너를 샀다. 그리고 네번째, 그는 도둑놈을 잡았다.
파출소로 간것과 강아지를 산것과 스패너를 산것과 잡은것.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지만 뭔가 눈에 그려지는.. 아주 흥미로운 시작부분이라서 저 부분만 한 두세번 다시 읽었다.ㅋㅋ
'물결이 높던 날'의 시작부분은
-달이 차면 영향력이 커져서 바다의 마음은 그리로 쏠린다. 바다의 중심이 그리로 쏠리면 육지의 마음은 바다로 쏠려서 그 빈 곳을 메운다. 그리하여 육지에는 광기가 가득차게 된다.
보름달을 저렇게 해석했구나.... 음....
이렇듯 매력적인 소설의 시작부분은 그 소설을 읽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게 만든다.....
책속의 여러 소설들 중 '후송'과 '미로'를 제외하면 쉽게 읽히는 편이며, 특히 '밤과 낮'에 나오는 도둑 마누라의 캐릭터는 정말....ㅋㅋ
김승옥의 소설도 그렇고, 이 분의 소설도 그렇지만
어떻게 수십년 전에 쓰여진 글들이, 지금 내 마음을 이리도 흔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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