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7. 20:50

[Book] 한국인의 자화상 드라마 - 이영미

이것도 학교다닐때.. 아마 방송원론 들을때 냈던것 같은데.. 비공개로 되어있더라구요ㅋㅋ 이제서야 공개로 전환...


이영미 한국인의 자화상 드라마

저자
이영미 지음
출판사
생각의나무 | 2008-10-17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問, 생각의 가능성을 가치 있는 인간의 삶에 연결시킨다! 한국...
가격비교

이 책을 읽고 썼습니다.. 2009년 4월 13일에 썼네요. 완성본은 아닌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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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남자치고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라, 세 권의 선정도서중 '한국인의 자화상, 드라마'라는 책을 주저없이 골랐다. 글쓴이는, 나에게 있어서 이름도 처음들어보는 '안인숙'이란 배우가 나오던 시절 부터 최근의 '엄마가 뿔났다'까지 70년이 넘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역사'를 되짚어 보았는데, 단순한 드라마 평론이 아닌 그 시대에 왜 그런 드라마,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를 '분석'하는 글이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글쓴이는 1997년 외환위기 시기의 드라마를 '야망과 불황-야망의 콩쥐팥쥐형 드라마에 비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란 제목을 붙여 '불황일 수록...'

그렇다면 다시 전세계적 불황이 닥쳐온 2008년 하반기부터의 드라마는 어떻게 이름붙일 수 있을까? 많은 기자들은 불황이 깊어질 수록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 열광한다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틀린말은 아니다. '막장 드라마'의 선두격인 '아내의 유혹'은 지나친 자극성과 억지설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30%선을 지키고 있고, 역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경고를 받은 '꽃보다 남자'는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막장드라마와는 달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을 다룬 드라마도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지만 우리 주변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재벌 2세와의 사랑'이나 '불치병' '불륜'같은 내용이 아닌, 옆집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혹은 '그래 저건 내 이야기야'라고 맞장구 칠 수 있는 드라마들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8년 상반기 이전과 하반기 이후의 인기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2007년부터 해서 2008년 상반기 까지는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온에어' '식객'등의 전문직드라마, '태왕사신기' '일지매' '쾌도 홍길동' 같은 퓨전사극 등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경제위기기 시작된 2008년 하반기 부터는 '그들이 사는 세상' '돌아온 일지매' '떼루아' 등의 전문직/사극은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엄마가 뿔났다' '베토벤 바이러스' '내조의 여왕'같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은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대한 독서감상문으로, "내가 이 책의 글쓴이였다면 2008년 하반기 부터 시작된 경제위기 상황 속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우리 주변 소시민들의 이야기'"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드라마들의 인기를 요즘 주목받고 있는 '루저문화'와 관련지을 수 있을까? 지난해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를 필두로 대중문화 전반에 '루저문화 열풍', 특히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20대 루저'에 대한 열풍이 불었는데, 드라마에선 그보다 한 해 앞서 '얼렁뚱땅 흥신소'나 '메리대구 공방전'같은 '루저 드라마'들이 방영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매니아 드라마'로 남았고, 그 이후 '루저'들을 다룬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 불황이 본격화 된 이후 가요계에서는 '루저 열풍'이 불어도 드라마에서는 오히려 사라져 버린 것이다.

주말극으로는 오랜만에 시청률 40%를 넘기며 종영한 '엄마가 뿔났다'에는 "다음 생에에는 나도 '누구 엄마'가 아닌 내 이름 석자로 불리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모든 엄마들의 모습을 그리며 사랑 받았다. 우리집의 저녁 밥상 같은 드라마속 밥상을 보며 '힘들어도 결국 기댈 곳은 가족'이라는 공감을 얻어냈다. 자식과 남편 그리고 시부모님을 뒷바라지 하며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인생의 절반을 바치는 대다수의 주부들의 모습을 그림과 동시에 '엄마의 가출'이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일탈의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우선 '소시민들의 꿈과 희망'을 그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경제위기가 시작되던 2008년 9월에 시작했다. 같은 시기 방송된 드라마(KBS2 '바람의 나라' SBS '바람의 화원')들과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서도 시청률이 20%선에서 머물렀지만, '강마에 신드롬' '똥덩어리' 등이 화제를 모으며 하반기 최고의 인기 드라마가 되었다. '베토벤 바이러스'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어떤 모습인가? 음대를 졸업했으면서도 수십년간 연주는 커녕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채 살아온 전업주부, 음악을 전공으로 배우진 못했지만 생계를 위해 캬바레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사람, 서울시향에서 오보에를 불었으나 나이가 들어 은퇴하였고 지금은 치매까지 온 할아버지, 음악이 너무 하고 싶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예고를 자퇴한 학생,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회사생활을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참고 살아온 직장인 등 자신의 꿈과 열정을 억누른채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쁜, 바로 우리들의 모습인 것이다. 이들이 독설가 '강마에'를 만나 온갖 시련과 고통(?)을 겪지만 결국 멋진 오케스트라를 이루면서 드라마는 끝난다. 사람들은 '강마에'의 독설에도 환호하고 열광했지만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주었던 가장 큰 감동은 '꿈을 잃지 않는 보통사람들의 열정'이 아니었을까?

요즘 '뜨고'있는 MBC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도 우리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꽃보다 남자'의 종영 이후에 시청률이 탄력을 받고 있는 이 드라마에선 직장상사에게 끊임없이 아부하고 부인들까지 남편 상사 사모님에게 잘보여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공감을 얻고 있다. 웃기긴 하지만 결코 남의 이야기는 아닌것 같은 씁슬함이 남는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더 적나라하게 나타낸 드라마로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중인 '막돼먹은 영애씨'가 있다. 케이블채널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시즌5까지 제작되며 장수하고 있는 이 드라마의 꾸준한 인기 비결은 바로 '맞아맞아'하며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사는것이 어려워 질수록 사람들은 '현실도피'나 '현실공감'을 택한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때는 '재벌 2세를 만나 신데렐라가 되는', 현실에선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도피형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다. 이번 경제위기때 역시 '꽃보다 남자'처럼 현실도피형 드라마도 인기를 끌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만약 이 책이 10년후에 다시 나온다면, 지금 시대의 드라마를 그리며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라는 표현 보다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소시민들의 전성시대'라는 표현으로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