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이후 한학기동안 머물렀던 하숙집.
위치는 괜찮았다. 남문 패밀리마트랑 엄청가까웠고. 하숙집 보러다닐때 들어갔던 가장 첫번째 집을 골랐던것 같기도.
건물 주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뭔가 특별한(..) 할머니가 하는 하숙집이었다. 할머니는 지하에 사시고, 2층부터 4층까지 있었던걸로 기억.
뭔가 기괴한 일들이 많아서 '안녕, 프란체스카'에 나오는 그런 분위기 같다고 느껴 프란체스카 하숙집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건, 주방에 쥐가 있었다(.........)
나는 거의 쥐를 포비아 수준으로 싫어하는데, 생각해보면 내 방 바로 옆이었던 주방에 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한학기 동안 지냈다는건 기적같은 일.
밤에 한번씩 찍찍하는 쥐소리가 들렸고..
어느날은 할머니가 쥐 잡는다고 주방에서 막 주무시고 그랬다.
쥐가 있는 주방에서 만든 음식들을 참 잘먹고 다녔다(...)
하루는 예전에 하숙했다는 일본인 여자가 놀러왔었는데,
할머니랑 이야기 하면서 '내가 그때 방이 없어서 겨울(아마도)에 베란다에서 재우기도 했다'는 맥락의 말을 했는데
아니 말도 잘 안통하는 외국인을 베란다에서 재웠다고...?? 해서 충격과 공포.
근데 그 일본인은 좋았던 기억이 있으니 다시 찾아왔겠지.. 이건 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대충 저런 느낌이었음.
사고 몇번 안 입은 흰색 면바지가 빨래하면서 없어져서 할머니가 2만원을 주셨다.
화장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샤워할때 조금 불안했던것 같기도.
할머니가 하숙생 한명을 '마카야'라고 불렀는데, 진짜 이름이 뭐였을지는 아직도 궁금.
이름이 '마카', '막하', '막화', '막콰'.. 그 어떤것도 다 이상하다.
(아마도) 월요일마다 삼겹살을 구워주셨는데, 삼겹살 구울때 나오는 기름을 안버리고 모아두셨다가 그걸로 계란 후라이 하는것보고 식겁.(하지만 잘먹었다ㅋㅋ)
출처를 알수없는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매일우유와 편의점 샌드위치가 가끔씩 나오곤 했었다.
어느날 밤에는 할머니가, 역시 출처를 알수없는 치킨을 구해오셨는데
하숙생 몇명이랑 삼각형 모양이라고 기억되는 방에 앉아서 먹었다.
할머니는 닭 뼈를 강아지 준다고 모았는데, 내 상식과 지식으로 개에게 닭뼈를 먹이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좀 의아했고,
무엇보다 기억나는건 그날 밤에 할머니랑 하숙생들이랑 했던 이야기 중에는 그 당시 당선됐던 오바마와 미국 정치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는 점이다ㅋㅋㅋ
할머니가 오바↗마↗라고 조금 특이하게 발음했던것 때문에 기억난다.
방도 넓은편이었고 창문도 크고 햇볕도 잘들어오긴 했는데, 창문이 골목쪽으로 나있어서 한번씩 취객들의 소란이나 오토바이 소리가 요란했었다.
암튼 지금 생각해보면 알수없는 일들이 많았었던 그곳에서 복학 첫학기를 보내고, 나는 잠실 누나집으로 이사를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