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7. 21:19

내가 살았던 집 - 신수동 하숙집

2011년 3월 15일에 쓰다가 만 글로, 비공개로 저장되어 있었네요...

역시 제가 쓴 글은 제가 제일 재미있게 보는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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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동하숙집

1층이 치킨집이었는데 이름이 '코스닭치킨'이었다.ㅋㅋㅋㅋㅋ

인건이가 그 동네 골목들을 좋아했었다.

옆방에 살던 경제학과 형이 밤마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가끔은 따라부르기까지 해서 내가 새벽에 몇변 방문을 똑똑 두드리며 저기 죄송한데 소리 조금만 줄여주세요 라고 했었다. 그 형이 열쇠를 잃어버렸는지 해서 내 방 창문으로 나가서 그 형 방 창문으로 들어갔던, 3층높이에서 난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그런 스파이더맨 돋는 묘기를 보여줬었다.

주인집 아저씨가 다단계판매업체에 다니셔서 항상 그 업체에서 나오는 우유(맛있었는데)를 먹었다. 딴 건 몰라도 그 집 밥은 정말 기억에 남을정도로 잘나오고 맛있었다. 그 집 아들이 말썽을 종종 부려 아들과 싸우는 소리가 온 집을 울렸었다. 울면서 계단을 뛰쳐내려오던 주인집 아들ㅋㅋㅋ

밥은 잘나왔지만 보일러는 잘 안틀어줬었다. 서울 간 첫날 덜덜떨면서 잤던 기억.

병탁, 기호, 영대, 형규, 경환 등등이 와서 자고갔던 기억.

옆옆방에 살았던, 형으로 추정되었던 사람의 방에 항상 여자가 들락날락해서 스무살 나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던 기억ㅋㅋㅋ

교석이 형과 같은 하숙집이었다.

그 집 옥상에 있던 나무로 된 무거운 책상을 주인집 딸과 같이 옮겼었는데, 그 누나의 힘이 셌던 기억ㅋㅋㅋ

겨울이 다가오자 유난히 컸던 창문을 테이프로 발라버려서 겨울내내 창문한번 못 열고 살았던 기억;;

혼자 집에 처박혀서 '김성주 굿모닝 FM', '오늘아침 이문세', '김기덕 골든디스크', '정선희 정오의 희망곡' '윤종신의 2시의 데이트' '김원희의 오후의 발견', '배철수의 음악캠프', '타블로 조정린의 친한친구', '이소라의 FM음악도시',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등등 라디오만 하루종일 들었던 기억.(지금까지 하고 있는 DJ는 이문세와 배철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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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썼네요...

이문세 아저씨는 저 글 쓰고 얼마 안있다 DJ그만두셨다는....ㅋㅋ(결국 배철수 아저씨 승!)


사실, 저 하숙집이 저의 서울생활에 시작이었는데, 그렇게 좋았던것 같진 않아요..

제가 워낙 낯가림이 심하기도 했지만, 하숙집 사람들이랑 좀 더 친하게 지냈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부질없는 후회도  해봅니다.

중간에 나오는 주인집 아들이.. 그때 아마 고1이었을테니.. 벌써 스물다섯이 되었겠군요.. 군대는 갔다왔는지..ㅋㅋ 말한번 제대로 해본적 없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복학하고 잠시 살았던 프란체스카 하숙집(ㅋㅋ)과 잠실 누나집, 신수동 자취방도 곧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