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2. 20:50

[Book] 리진 - 신경숙

리진 1 상세보기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펴냄
궁중 무희와 프랑스 외교관의 애틋한 사랑이 펼쳐진다! <깊은 슬픔>, <기차는 7시에 떠나네>의 작가, 신경숙 다섯 번째 장편소설 『리진』제1권. 19세기 말, 조선의 궁중 무희 '리진'과 프랑스 외교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조선의 궁정에서 프랑스 파리에 샹젤리제에 이르는 광대한 스케일의 여정을 따라가는 한편, 밑바닥 서민층에서 귀족과 왕족, 상인과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다양한 인간군상


나는 '신경숙'이란 작가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너무 우울해서;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이 세명을 놓고 보자면 은희경 > 공지영 > 신경숙의 순이 아닐까...

(비록 은희경의 '비밀과 거짓말'을 중간에 읽다가 그만두고, '즐거운 나의집'을 읽고 공지영에게 흠뻑 빠졌지만 '새의 선물'을 잊지못하기땜에.. 은희경...)


암튼, 신경숙은 너무 우울해서(특히 '바이올렛'을 읽을때는, 진짜 책장 넘기기 싫을정도로...;;)



근데 이 책, '리진'은 달랐다. 읽으면서 '신경숙이 쓴 책 맞아?'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정도로.



우선 소재부터가 확 다르지 않은가. 물론 작가는 이 소설을 '역사소설'의 범주에 넣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소재 자체가말이다. 위에서 말한 세명의 작가들은, 동시대의, 혹은 멀리가도 60년대를 넘지 않은것 같은데, 무려 개화기라니!

게다가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조선 궁중 무희가 프랑스 공사관과 사랑에 빠져 파리로 건너갔다'는 내용의 짧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가는 '리진'이란 인물을 재창조해서 세상에 내놓았다

소설속엔 명성황후는 물론이고 김옥균을 살해한 홍종우, 그리고 프랑스의 작가 모파상까지 나와 리진과 여러 관계를 가진다. 또 갑신정변, 임오군란, 을미사변, 청일전쟁등 나의 기억 저너머에서 잊혀저가던 근현대사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역사소설로써도 손색이 없는 소설이다. (특히 을미사변을 묘사한 부분은.. 정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설의 중심축은 리진과 그를 사랑한 두남자, 프랑스 대사관 콜랭, 그리고 강연. 그리고 한 나라의 왕비가 아닌 리진의 어머니로도 그려진 명성황후, 이렇게 네 사람의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진과 강연의 러브라인은 참 애달픈데, 리진을 바라볼수밖에 없었던 강연이 너무 가여웠다......



소설을 읽으면서, 유독 '강연'의 모습이 계속 배우 '오만석'과 오버랩 됐는데, 소설속 말못하는 악공 강연의 모습이 왠지 오만석과 비슷하다고 느낀 이유는 뭘까?? '왕과 나'는 진짜 몇장면 밖에 보진 못했지만 그때의 이미지가 강했던것이겠지. 읽고나서 리진과 다른 사람들은, 만약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누가 좋을까? 생각해봈는데. 일단 강연은 오만석이고, 리진은.... 소설속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할 사람은.. 글쎄... 송혜교? 정도? 명성황후는 이미연의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는....;;;



아무튼, 그 시대의 조선과, 그리고 프랑스까지, 궁에서부터 에펠탑까지, 궁중 악공 강연에서부터 명성황후까지, 리진과 콜랭과 강연과 명성황후.... 아.....





.. 결국 콜랭은 리진을 떠난다. 리진이 떠난 콜랭에게 보낸 편지중 내 눈길이 자꾸 가는 대목이 있어 여기 살짝 옮기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 당신이 떠나면서 내 머리를 빗겨주고 싶어했던 것을 거절한 것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당신이 내게 미련을 가질까봐 그랬지만 그 정도의 미련도 없다면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무엇이었겠습니까....

.... 당신을 강자로 생각했고 나는 약자라 여겼습니다. 나도 모르게 당신은 프랑스이고 나는 조선이라 여기는 마음이 내 안에 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나 나나 우리는 남자와 여자였을 뿐이었는데......


(리진2,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