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먹고 뒹굴거리다가, 학교엘 갔다.
도서관 들어가려는데, 어쩌다 동방에 들리게 되고, 동방에서 애들이랑 좀 있는다고 30분 지나가고
도서관 들어가서 책 읽다가 잔다고 30분지나가고,
한시간정도 책을보다가
다섯시가 되어서 도서관이 문을 닫고
뭐할까 고민하다가
시청역에 내렸다.
덕수궁으로 가는 12번출구로 나오자 마자 사람들이 엄청났다.
그리고 경찰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끝없이 긴긴 줄...
던킨지나서 서울시립미술관까지 줄은 이어졌고,
반대쪽으로는 1호선 시청역을 가득메울정도로 줄이 길었다.
오늘 조문할생각은 없었기때문에 무작정 걸었다.
시립미술관을 지나서 덕수궁 뒷편으로는 한산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걷다보니 덕수초등학교가 나왔고, 광화문 교보쪽으로 걸어갔다.
보이는건 경찰 뿐.
그때부터 살짝 무서워졌다.
이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에워싸버리는건 아닐까.
무섭고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조선일보사를 지나 1호선 시청역으로 다시 들어갔다.
지하철역가득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이때부터 지하철 역 출입구 마다 경찰들이 양옆으로 늘어서있었고
시청앞광장쪽으로 나가는 출구는 아예 막아버렸다.
서울프라자호텔쪽으로 나와보니 시청앞 광장을 경찰버스가 막아버린 모습....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조선호텔을 지나 롯데백화점쪽으로 걸어갔다.
명동쪽은 시청앞과는 달리 여느때와 다를바 없는 붐비는 모습..
백화점 안에도 사람들은 많았고...
경찰들을 보고 두려워졌던 마음이 백화점 안에 들어가니 좀 가라앉았다.
나를 지켜줄 장소는, 길거리도, 지하철역도, 서울광장도 아닌 롯데백화점 안이란말인가?
백화점을 나와서 을지로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려다가,
괜히 무섭지만 호기심도 들고 해서 롯데호텔을 지나 다시 시청쪽으로 가보았다.
역시나 경찰버스들이 길옆에 있었고, 헬멧위에 방패를 얹어놓고 그 위에 앉아 쉬고있는, 전경인지 의경인지 경찰인지 모를 사람들...
오늘 눈 마주친, 수천명쯤은 될듯한 그 경찰들은, 어떤 생각으로 거기 앉아있었을까,
'선량한 시민'인 내가 그들을 두려워했다는걸 알기는 알까.
더 걷기에 날씨도 덥고 경찰들도 보기 싫고 해서 광화문교보 잠깐 들렀다가 집에 왔다.
이 정부는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사람들 모이라고 만들어 놓은 서울광장 청계광장 다 막아버리고
지하철입구마다 경찰들 깔아놓고
참, 속상했던 주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