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6. 00:48

군대ㅋㅋ


주말에 부모님이 서울에 오셨다.

나는 뭐 거의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괜히 신경이 쓰였던지, 가시고 나니 피곤이 몰려오는듯해서

그리고 내일은 아침에 수영장을 한번 가봐야지 싶어서

일찍 잘려고 했는데

눈꺼풀이 무거운게 잠도 왔는데

어느샌가 '군대'시절을 생각하고 있는....;;

그러면서 눈이 말똥말똥 해지고

껐던 불을 다시 켜고, 컴퓨터를 켜서 지금 나의 생각들을 다 쏟아 붓지 않으면 밤새도록 생각에 빠져 잠을 못잘것같은 느낌에

컴퓨터를 켰는데 딴것만 실컷하다가-_- 이제야 쏟아붓는다;;;;;;

(사실..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썼던 내 예전 일기들을 보았다... 나혼자 내가 썼던 글들에 대해 막 감탄하면서ㅋㅋㅋㅋㅋㅋㅋ)

이야기를 풀어보려니 지금 시간이 벌써 열두시가 넘었는데, 캔커피 조지아 CF에 나오는것처럼 '일요일밤열두시에 공포영화보다 무서운건 내일이 월요일이란 사실'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지만ㅋㅋㅋㅋ



대구 칠곡의 50사단 훈련소, 경북 경산의 제2수송교육단, 부산 해운대의 53사단 사령부 등등은 내가 몇주간, 그것도 '짬 안될때' 거쳐간 곳들이라 이곳들도 생각이 많이 나지만

부산 영도의 끝자락에 있었던.. 나의 부대ㅋㅋㅋㅋㅋ

참 웃긴게, 지나고 나서 '군대'를 생각해 보니 아릿한 마음까지 든다ㅋㅋㅋ



아, 내가 왜 잘려고 누웠다가 군대생각이 난지 생각났다.

'나는펫'이란 케이블 프로그램이 생각나서(근데 왜 이게 생각난지는;;;)

내가 봤던 시즌1부터 시즌4까지의 출연진들을 쭉 생각해보면서

'아 이거 군대에서 진짜 재밌게 봤었는데...'하는 생각부터

밤에 당직사관한테 걸릴까봐 조심조심 몰래 TV보던 기억부터해서 쭉......ㅋㅋㅋ



암튼ㅋㅋ

일단 군생활의 반을 차지했던 '야간근무'

아 정말 야간근무는 지금 생각해도 토나온다ㅠㅠ 자다가 일어나서 근무서다가 또 자는, '잠을 끊어자야되는' 그 고통!!!!!

하지만ㅋㅋ

우리부대가 태종대 바닷가 바로 앞에 있어서, 탄약고 입초를 서든 동초를 서든 순찰을 돌든 항상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가끔씩 밤에는 큰 배들도 막 지나다니고....

바다는 정말 원없이 보면서 군생활했다.

동초나 순찰근무 설때면 행정반이나 차안에서 짱박혀서 자기도 하고 라디오도 듣고ㅋㅋㅋ(이제는 말할수있다ㅋㅋㅋ)

나는 뭐 거의 안그랬던걸로 기억하지만, 근무 끝나면 짱배고픈데 간부들 몰래 근무복귀하고 와서 라면도 끓여먹고

짱박아두었던 소보루빵이며 우유도 먹고...(참.. 근무중에 식당에 창넘어 들어가서 우유랑 빵 훔쳐나온적도 있었다ㅋㅋㅋㅋ)


내 동기가 영창가던날 위병소 근무 서는데 소나기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는데도 난 모르고 생각에 빠져있던적도 있었고


몰래 가지고 간 라디오로 근무서면서 라디오도 참 많이 들었었다. 그때는 윤종신의 두시의 데이트, 김현철의 오후의 발견, 강인 조정린의 친한친구, 박명수의 펀펀라디오;; 뭐 이런것들이었는데.. 지금은 DJ들이 다 바꼈네...

그리고 새벽근무 설때면 손정은의 새벽이 아름다운 이유,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 뭐 이런것들도 듣고

그리고 새벽 두시에 '원음방송'이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최신가요들ㅋㅋㅋ 즐겨듣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정말 생각해보면 군생활의 반이 근무였다는 말이 진짜처럼 느껴질 정도로 근무에 대한 추억들이 많이있다...



그리고.. 컨테이너로 만들었던 우리 행정반

'통신보안 수송대 병장 이정우입니다 무엇을도와드립니까'라는 말이 아직도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정말 전화는 지겹도록 받았었다.

컨테이너답게,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던-_-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군생활중 가장 사랑했던 공간은 내무실, 내 침상이 아니라 행정반이었다. 할 일이 없는 주말에도 남들 다 축구하러 나갈때(;;) 나는 행정반에 내려와서 이소라 노래 들으면서 편지도 쓰고 신문도 보고 했던 기억들....(그래서 이소라 4집을 들으면 행정반이 막 떠오르곤 하지ㅋㅋ)

행정반 컴퓨터는 '인터넷'이 아닌 '인트라넷'과 연결되어있었는데ㅋㅋ 그래도 인트라넷 웹서핑하는재미가 쏠쏠했다ㅋㅋ 뉴스도 찾아보고 노래도 듣고 각종 IT정보들도ㅋㅋ


그리고 우리의 '대장님'이셨던 수송대장님과 소대장님 부소대장님ㅋㅋ 세분다 정말 좋은분이셨다. 특히 수송대장님은 나 이등병때 부터 다른 부대로 간다는 소문이 들려서 '가시면 안되는데...'하고 걱정했던 기억이

(하지만 아직도 계신다ㅋㅋㅋ 도대체 언제 딴데로 옮기시는지ㅋㅋㅋㅋ)

간부들한테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아서ㅋㅋ 제대하고 나서 자주 찾아뵈어야지 맘먹었었는데, 정말 쉽지가 않다....


그리고 우리 행정반 계원들ㅋㅋ 정말 땡보중에 땡보ㅋㅋ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우리 사수 용석이형ㅋㅋ 채룡이형은 연락한지 꽤 됐네;; 요한이형은 감감무소식이고ㅋㅋ

상재형이랑 병주형은 잘살고있겠지ㅋㅋ

내 후임들ㅋㅋ 이제 까까머리 칼복학생이 된 수연이는 요즘도 종종 연락하고 있고ㅋㅋ

내 부사수 전정훈ㅋㅋㅋㅋㅋㅋ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에게 한 짓들은 '구속감'인데,ㅋㅋㅋ 그래도 사수라고 신고 안하고 잘 버텨준 정훈이ㅋㅋㅋ(그때 신고는 안했지만 지금도 연락은 안하네.. 나쁜놈ㅋㅋㅋㅋ)

얼마전에 부대 전화할때 부사수였던 정훈이 이름이 생각 안나고 안성민 이름이 먼저 튀어나와서 깜짝 놀랬던적이 있는데ㅋㅋ 지 사수가 했던건 그대로 따라하는 땡보 안성민ㅋㅋ 그리고 머피ㅋㅋㅋㅋ 전부다 이제 부사수 받고 완전 초땡보의 길을 걷고있겠지ㅋㅋ


그리고 내 동기들.. 유현이형은 계속 일하고 있는감? 현익이는 정말, 정말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한번 마주치긴 했는데ㅋㅋ

동기나 다름없었던 영훈이는 싸이들어가보니 소식을 알수없던데-_-

다른 많은 선임들과 후임들도 다 생각난다...

나와 같은 부대에 있었던 후임들도 생각나지만, 같이 지내다가 다른 대대로 전출간 후임들이 많이 생각난다... 전부다 좋은 녀석들이었는데...

뭐 물론 위에 언급된 인물들이 이 글을 볼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모두들 보고싶다...

쓰다보니 대책없이 길어진다. 예상했던거지만ㅋㅋ

점점 타인을 위한 글이 아닌 내 자신의 넋두리(?) 비슷한 글이 되어가는ㅋㅋㅋ


군생활에 있어서 최대 재미 중에 하나는 사단에 부속수령하러 가는것이었는데ㅋㅋ

태종대에서 출발해 부산대교를 지나 부둣길을 따라서 황령터널을 지나고 광안대교를 지나 해운대로 가는, 그 길. 아직도 정말 생생하다.

광안대교를 지나면 보이던 신세계 백화점은 이제 공사 끝나고 오픈했다는데.. 한번 가보고 싶네

그리고 부소대장이랑 사단 나가면 가끔씩 들렀던 그 분식집ㅋㅋ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데.....

암튼 가면 할머니가 군인들 왔다고 순대랑 떡볶이랑 튀김이랑 완전 많이 주셨는데... 완전 생각난다...


태종대, 광안리, 해운대, 남포동, 서면, 개금, 다대포, 기장, 그리고 부산 근처 양산, 김해, 창원까지... 군생활 하면서, 난 운전을 하진 않았지만, 운전병이 운전하는 차뒤에 타고ㅋㅋ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아 정말 부산한번 가야되는데 가야되는데 하면서 못간게 거의 일년이 다돼가네;;


이렇게 가끔씩 머릿속에만 그리던 군대에서의 추억들을 글로 풀어내보니 또 더 선명하고 더 그립기 까지 하다ㅋㅋ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군대를 생각할때 마다 내가 그 시절들을 다 끝내고 '예비역'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을때도 있다ㅋㅋㅋ

두번인가 세번인가 부대 근처에서 해경으로 있던 인건이 면회도 갔었는데ㅋㅋㅋ


군대있을때는, 밖에 나가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먹고싶은거 먹고 자고싶을때 자고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면, 지금의 이 먹고싶은거 먹지도 못하고 자고싶을때 자지도 못하고 하고싶은것도 못하고 사는 이 생활보다는 백배천배 나을건데.. 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지금은, 정말 웃기게도, '군대 있을땐 무슨 걱정이 있었을까... '미래'따윈 생각 할 필요도 없이 그날그날 일만 하면 됐는데'라는 생각을 하곤한다ㅋㅋㅋ

지금 대구 집에 있었으면 내일이 월요일이든 말든 군대때 받았던 편지들 다 한번씩 펼쳐볼텐데ㅋㅋ 아쉽게도 지금 없다ㅋㅋㅋ




아 근데 진짜 내일 월요일인데-_-ㅋㅋ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수영장 갈려고 했는데ㅋㅋㅋ




'다시 돌아가겠냐'라고 하면

물론 안 돌아가겠지만ㅋㅋㅋ

하지만 돌아갈수 없다는 걸 알기에 자꾸 돌아가보고 싶은..

부산에서의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