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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8. 03:04

근황

저녁을 조금 부실하게 먹은것 같기도하고, 냉장고에서 더이상 있다가는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질 위기에 처한것들이 있고 해서 이것저것 주워먹었더니 영 속이 좋지않다. 아님 낮에 잘 안먹던 차가운 우유를 마셔서 그런가. 속이 불편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사실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위층 어디선가 들리는 불쾌한 끽끽소리는, 요즘 좀 조용하다 싶더니, 지금 또 들리네.. 새벽 두시에. 맙소사. 회사일로 신경 많이 써도 못자거나, 잠들었다 깨거나 하고. 요즘 먹고있는 항생제 때문인지, 피곤 때문인지, 정신이 멍하면서도 맑은것같은 신기한 체험도 나의 잠을 방해한다.


위층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때문에, 바로 윗집을 두번이나 방문하기도 했다. 초여름쯤에 갔을땐 아저씨 혼자 계셨고, 추석연휴 마지막날 갔을땐 그집의 거의 모든식구들이 있었는데, 난 공동생활에 적응못하는 신경 예민한 사람쯤으로 취급받고 내려왔다. 예상하긴 했었지만. 아무튼 추석연휴 마지막날 간 이후로 끽 소리는 좀 조용한가 싶었는데, 오늘 또 들리네. 새벽 두시에. 맙소사.


지난주 금요일은 참으로 힘들었다. 우선 회사에서는 대리님이 다른팀으로 발령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렇게 되면 나의 일은 두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거고.


거기에 더해서 그 전날 처방받은 항생제 때문인지, 어지럽고 메스껍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분이 정말 안좋았다.


마지막으로, 며칠째 위층 소리때문에 못자고 있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리라 언제 어떤식으로 들릴지 몰라 집에 있는 내내 그 소리가 들릴까봐 전전긍긍 하고있었다. 물론 밤에 잠들기전에도. 혹 운이 좋아 잠들었다가도 중간에 깨면 또 그소리가 들릴까봐 다시 전전긍긍.


이런것들이 한꺼번에 와버린 금요일은, 그래서 정말 힘들었다. 회사에서 그 소식을 듣고, 약때문에 어지럽고 기분이 안좋은채로, 밤에 자려니 잠이 올 턱이 있나. 그 다음날 서울도 가야되는 일정이었는데. 정말 최악이었다.


둥둥이를 가지고 있는 와이프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나 왜이렇게 힘들게 사냐고. 정말 하나도 못할것같다고. 오늘밤 잠들지도 못할거같고, 내일 서울도 못갈거같고, 회사도 못다닐것같다고. 앞으로의 일도 자신없을 뿐만 아니라 당장 지금 이 시간도 너무너무 힘들다고.


하지만 그 날 밤 역시 잠들지 못했고, 결국 진정제 하나 먹고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게 새벽 네시반이었으니 다섯시쯤 겨우 잠들었으리라. 그 다음날 서울도 일박이일로 어쨌든 다녀는 왔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대범하게 마음먹을때도 있지만, 정말 이 순간을 못넘길것같은 힘든 시간들도 있다. 올해는 그런 순간들이 자주 오는것같은 느낌이다. 언젠간 이 시간들도 다 지나가겠지만, 그러기엔 오늘밤을 보내기에도 너무 벅찬 그런 순간들.


하지만, 어쨌든, 그런 순간들조차도 결국은 다 지나가는거고 내 삶은 계속되고 있다. 이 블로그에 싸지르는것들이 다 힘들다 왜 잠이안오냐 등등 어렵고 우울한 이야기들만 있는데, 글쎄. 일종의 쓰레기통 같은 곳이랄까. 좋을때는 이곳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이렇게 불면이 찾아오면 이곳이 생각난다.


이 밤 또한 지나가고, 이 가을,겨울도 지나가겠지. 둥둥이가 우리에게 오겠지. 쑥쑥 자라면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주겠지.


하지만, 이런 어려운 순간순간은, 정말 너무 힘들다. 지금 들어가서 눈감으면 잠들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