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따따부따] 당신,
daaddd
2009. 5. 30. 01:20
제가 당신의 이름을 처음안건 언제였을까요? 아마 지난 98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신이 종로에서 나와 정인봉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을때일 것입니다. 그때가 제가 5학년이었을때네요.
그 후 당신은 부산에서 출마해서 낙선하고, 해양수산부 장관도 했었지요. 당신의 이름정도만 아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던 당신이 2002년 3월,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통령 후보는 체육관에서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뽑는 줄 알았던 저에게 '국민경선'이라는 제도 자체도 신선했고, 당신이 이인제를 누르며 대통령 후보로 선출 되는 과정도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해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하고, 지지율도 바닥으로 떨어졌었죠. 당신은 정몽준과 후보단일화를 합니다. 제 기억으로 원래 예정됐던 날짜보다 빨리 후보단일화 결과가 발표됐었는데, (일요일 밤으로 기억합니다만) 최종 단일화 후보로 당신의 이름이 불려졌을때, 저는 기뻤었는지 어땠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네요.
당신은 노란색 스카프를 매고 열심히 유세했습니다. 만약 그때 저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당신에게 투표를 했었겠지요. 당신의 지지자들이 보내주는 '희망 저금통'도 저에게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 아침에 학교를 가면서 당신이 웃고 있는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신문을 들고, 저는 좀 기뻤던것 같습니다.
5년동안, 당신은 참 많은 일을 했었지요. 당신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2004년 3월, 저는 고3이었는데, 약간 화가 났었던것 같습니다. 4월 총선에서 당신이 만든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얻을지 어떨지가 너무 궁금해서 하루종일 TV앞에 앉아있다가 6시 출구조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린 기억도 나네요. 헌법재판소에서 당신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는것을 보던 순간에는 박수도 쳤었던것 같은데, 잘 기억나진 않네요.
그러다 저는 대학생이 되고, 또 군대를 가버렸습니다.
군복무기간단축이 당신의 대선공약이어서, 제 군생활도 6일이 줄었지요. 당신이 저에게 준 '직접적인'선물이네요.
제가 군대에 있는동안 당신의 임기가 끝나버렸습니다. 밖에선 FTA와 다른 문제들로 당신의 임기말이 힘들었다는데, 전 군대 안에 있느라 보질 못했네요.
그렇게 당신은 당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사는 듯 했으나, 이 정권은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2009년 5월 23일, 전날 일일호프를 한다고 늦게 들어와서 아침에 좀 푹자고 싶었는데, 왠일인지 일찍 깼었습니다. TV를 켰는데 믿을수 없는 소식이 나오더군요.
당신이 어린시절 뛰어놀던, 그 바위, 그 마을을 보며, 스스로 몸을 던지셨을땐,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당신이 간 후 당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항상 그 생각이 듭니다. 그 바위위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난 일주일동안, 당신을 참 많이 봤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대통령으로 있던 5년간 당신을 봤던것 보다 더 많이 당신을 보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난 항상 당신편에 서있었는데, 당신을 위해 서있진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좀 후회가 되네요. 당신편에 서 있을거였으면 확실히 당신을 위해서 서 있을걸...
난 당신의 영정앞에 절도 한번 못하고 국화도 한송이 못 올렸습니다. 용서하세요.
당신을 보면서 시원하게 눈물도 한번 흘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당신이 가는날이었지요.
거리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참 울컥했습니다.
왜 가셔야 했는지......
이제, 당신을 보냅니다.
편히 쉬세요. 가셔서는 정치같은거 하지마시고.
노무현 대통령님.. 많이 그립네요......